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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얽힌 이야기

강원도 섭국 이야기

by 잇로드 2025. 4. 6.

이번에는 강원도의 동해안을 찾아가 **‘섭국’**이라는 아주 특별한 지역 음식을 직접 맛보고 왔습니다. 사실 강원도 하면 시원한 막국수나 곤드레밥 정도만 떠오르던 제게, ‘섭국’이라는 이름은 왠지 낯설면서도 궁금증을 자극하는 단어였어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강릉행 버스표를 끊었습니다.


[독특한 이름, ‘섭국’]
처음 ‘섭국’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언뜻 보면 홍합국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저도 홍합만큼 흔한 조개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상은 조금 다릅니다. ‘섭’은 한자로 매울 신(辛) 자가 들어가는 담치(貽貝)의 한 종류로, 홍합과 달리 껍데기가 붉은빛을 띠고 크기는 조금 더 작아요. 흔히 ‘참담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눈으로 보고 나면 “아, 이게 섭이구나!” 하고 딱 구별이 됩니다.


[역사와 유래: 어부들의 따뜻한 식탁]
섭국이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달한 이유를 찾아보니, 옛날 어부들이 차갑게 식은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섭을 된장에 풀어 푹 끓여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강릉이나 주문진, 속초 같은 지역에서 유명세를 치렀고, “옛날 우리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이라며 추억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홍합국과 무엇이 다를까?]
홍합국과 섭국은 모두 해산물 국물 요리지만, 베이스가 확실히 다릅니다. 맑은 국물의 홍합국과 달리 섭국은 된장을 베이스로 한잔하고 구수한 국물이 특징이에요. 먹어보면 해물된장찌개에 가까운 풍미가 느껴져서, 탱글탱글한 섭 살을 씹을 때마다 감칠맛이 더욱 진하게 올라옵니다.


[섭국의 조리법과 맛있게 먹는 팁]
섭국을 끓일 때는 좋은 된장이 핵심이에요. 물이나 멸치 육수에 된장을 푼 뒤, 마늘, 무, 양파 등을 넣고 한소끔 끓입니다. 그리고 손질된 섭을 넣어 다시 끓이면 완성되죠. 미역을 약간 넣으면 맛이 깊어지지만, 너무 많이 넣으면 섭 본연의 맛이 가려진다는 게 현지인들의 조언입니다.

그릇이 나오면 먼저 뜨거운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바다 내음을 느껴보세요. 구수한 된장 향과 해물 특유의 짭조름함이 조화를 이루는데, 밥에 국물을 살짝 끼얹어 먹거나 섭 살을 껍데기에서 쏙 빼 먹으면 재미까지 더해집니다. 청양고추를 약간 넣으면 시원한 매운맛을 즐길 수 있어 해장용으로도 훌륭하죠.

섭국


[직접 다녀온 강원도 섭국 맛집]
제가 방문한 곳은 속초 섭죽마을입니다. 들어서자마자 바닷가 특유의 짭조름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고, 주인아주머니의 환한 인사가 이어지더군요. 막 들어온 싱싱한 섭으로 끓였다며 한 그릇 내주셨는데, 뚝배기에 넘치도록 담긴 섭국에서 된장의 구수한 향이 훅 퍼졌습니다.

국물은 진하면서도 깔끔했고, 섭 살은 탱글탱글해 씹을 때마다 짭조름함이 부드럽게 퍼졌어요.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알싸하고 시원해 국물에 곁들이기 딱 맞았습니다. 공깃밥에 국물을 흠뻑 적셔 먹으니, 든든함이 배가되더군요.


[속초 중앙시장도 추천]
주문진 외에 속초 중앙시장도 섭국 맛집이 꽤 많습니다. 시장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오래된 가게들이 하나둘 보이는데, 대체로 현지인 손님이 많아 맛이 투박하지만 정겹다고 해요. 여행하면서 시장 구경도 하고, 소박한 식당에서 섭국 한 그릇 먹고 나오면 다시 힘이 나는 느낌이랄까요?


[집에서도 만들어볼 수 있을까?]
집에서 섭국을 직접 끓여보고 싶다면, 요즘은 온라인이나 직거래로 섭을 구할 수도 있으니 한 번 시도해 보세요. 핵심은 신선도와 된장 맛이니, 좋은 재료만 갖추면 의외로 어렵지 않답니다. 다만, 섭이 일반 홍합보다 조금 작고 껍데기가 붉은 톤이니 구분해서 구매하시면 좋겠습니다.


[섭국을 통해 느낀 강원도의 매력]
섭국 한 그릇을 먹으면서, 강원도 동해안의 소박하고 따뜻한 정서를 온전히 맛본 기분이었어요. 투박해 보이는 듯하면서도 맛은 깊고, 어르신들의 추억과 바닷가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특별해 보였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면, 음식 자체만 아니라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까지 함께 담아갈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여행 팁: 시기와 주변 관광]
섭국을 맛보기 가장 좋은 시기는 비교적 덜 붐비는 평일 아침이나 늦은 점심 시간대예요. 그때 가야 한적하게 주문진항이나 속초시장 골목을 둘러보고, 가게에 들어갔을 때 더욱 편하게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죠. 섭을 잡는 시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긴 하지만, 요즘엔 거의 연중 내내 공급이 가능해 계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찬 바람이 부는 가을~겨울에 먹으면 국물이 더욱 속을 따뜻하게 해줘서 특별한 맛이 난다는 현지인들의 이야기도 있었어요.

섭국을 드신 뒤에는 주변 명소를 구경하는 것도 좋습니다. 주문진항 인근에서는 갓 잡힌 오징어나 생선을 구경할 수 있는 어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고, 속초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인 아바이마을, 영금정, 속초등대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해요. 여행 코스 중간중간 섭국 같은 지역 음식을 곁들이면, 더 풍성한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직접 운전해서 가신다면, 주차 정보나 교통 체증을 미리 파악해 두시는 게 좋아요. 강원도 동해안은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여행객이 몰려 길이 꽤 막히는 경우가 있거든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출발하시면, 마음마저 여유로워져서 음식 맛도 배가되는 것 같아요.


[마지막 한마디]
사실, 저는 섭국을 맛보며 그 안에 담긴 바다의 신선함과 사람들의 정을 함께 느낀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그냥 생소한 국물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한 조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음식이니까요. 이렇듯 지역마다 숨겨진 먹거리를 찾아보는 일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묘미 아닐까요? 앞으로도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작지만 소중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그 지역만의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보려 해요. 매번 새로운 음식, 새로운 사람, 새로운 풍경을 만날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이렇게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맛본 섭국이지만, 강원도에서의 경험은 제 마음을 한층 더 넓혀준 느낌이에요. 다음엔 또 어떤 발견을 하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되네요.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섭국 한 그릇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여행을 꼭 즐겨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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